[짚의 방패] '짚'보다도 못한 인간 (Shield of Straw, 2013)
- 영화
- 2019. 1. 22. 06:26
일본 영화, 짚의 방패. 제목은 익히 들어왔지만 사실 그 제목부터가 난해하여 보기가 꺼려졌던 영화였습니다. 짚에 방패가 왜 필요하지? 또 일본어 제목이라 그 의미가 짚으로 만든 방패인건지, 짚을 위한 방패인건지도 불명확했습니다. 다만 어쩌면 감독이 의도한 뜻은 전자의 뜻일 수도 있겠으나 영화를 보고 한참을 생각해보니 사실 어떻게 해석해도 맞는 얘기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영 화 줄 거 리
주인공 메카리 카즈키[오오사와 타카오]는 과거 사고로 아내를 잃고 일에만 몰두해온 유능한 경시청 특수 정예요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엄청난 갑부의 7살 손녀가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 그런데 아이의 할아버지가 대대적으로 TV 뉴스는 물론 휴대폰, 신문 등을 통해 아이의 살인범을 죽이는 사람에게 100억을 주겠다고 공표합니다. 덕분에 전국민은 살인범 기요마루 쿠니히데[후지와라 타츠야]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기 시작.. 이때 살인범 기요마루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언제 죽임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며 자수를 하게 됩니다. 때문에 경찰은 그의 법적 판결까지 그를 안전하게 이송, 보호하게 될 책임을 지게 되는데 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를 도쿄의 경시청까지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해 최정예부대가 꾸려지게 됩니다.
총 평
★★★★☆
삶과 죽음의 가치
누구나 매순간 생사를 넘나들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숱한 생명, 수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물론 진정한 죽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죽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해 살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권리란 그러한 가치들에 의해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그러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살인자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미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사람들
아내를 잃은 뒤, 살아갈 이유를 잃고 일에 미쳐 살아온 주인공. 손녀를 잃고 대대적인 살인극을 벌인 한 갑부 할아버지. 그리고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돈을 위해 살인자를 죽이려 한 많은 사람들. 사실은 어느 누구하나 미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미쳐버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짚'보다도 못한 인간
'짚의 방패'란게 정말 '짚'을 위한 방패였던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옛날에는 짚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며 검술 수련 도구, 저주 인형 등으로도 자주 썼습니다. 다만 기요마루는 이런 짚으로 만든 인형보다도 못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짚의 방패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짚으로 만든 방패란 의미말고도 짚보다도 못한 인간의 방패가 된 주인공 메카리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분노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 영화는 그만큼 잘 만든 영화이면서도 감정 소모하기에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마저도 영화가 갖는 판타지. 일본 특유의 극단적인, 기분 나쁜 상상력은 "그러지 않아야겠지만 ~그랬으면 어땠을까"하는 우리들의 호기심을 해소해주곤 했습니다. 재미나 오락보다는 삶의 교훈과 같이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를 찾으신다면 이 영화가 딱. 끔찍하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